청와대 앞 3대 째 이어온 서촌 과일가게
‘저울과 되박을 속이지 말자.’를 신념으로 이어오는 마을 과일 가게 이야기
통인시장, 효자청과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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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과일 어디서 사세요?
이렇게 물으면 대부분 온라인 쇼핑몰과 대기업 마트와 창고형 할인마트 그리고 전통시장이 차례로 답이 나온다. 이제는 전통시장에서도, 마을 안 과일가게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해있다. 과일은 어디서 어떻게 사야 하는 걸까? 과일을 많이 먹는 게 좋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과일은 적게 먹더라도 품질 좋은 과일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품질 좋은 과일은 고마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좋은 선물이기도 하다. 여기 서촌에는 내 가족처럼 꼼꼼하게 과일을 골라주는 동네 과일가게가 있다.
서촌 통인시장 안에 자리 잡은 효자 청과마트. 무려 3대에 이어 장사를 하고 있는 과일가게다.
2대 사장님인 엄마와 3대 사장님인 아이들을 인터뷰했다.
3대의 과일가게
INTERVIEW
과일가게 사장님들은 어떤 과일 좋아하는지 궁금한데요?
엄마: 우리나라 재래종 캠벨 포도요.
아들: 저는 신 과일 좋아해요. 귤이요.
3대 사장님이 7년 전 중국 유학 중에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들었어요. 과일 가게 사장을 하면서 삶이 바뀌었나요? 힘들지는 않으세요?
아들 : 미련도 후회도 없어요. 제가 결정한 거니까요. 단지 친구들을 좋아하는데 자주 만나지 못한다는 거? 그거 말고는 없어요.
돌아가신 아버님의 과일 거래처가 많았는데 제가 직접 다시 찾아야 했어요.
아버님이 묻어둔 보물을 찾는 기분으로 다녔어요.
혹시 처음 도매 청과물시장에 간 날을 기억하세요?
아들 : 전날 잠을 못 잤어요. 물건을 받아보기만 해 봤지 직접 과일을 골라 떼온 적이 없었으니까요. 사람들과 협상하는 게 쑥스럽기도 했어요. 오늘은 어떻게 어떤 물건을 떼올까.. 걱정이 많았죠. 익숙해지기까지 몇 년이 걸리더라고요. 돌아가신 아버님의 과일 거래처가 많았는데 제가 직접 다시 찾아야 했어요. 아버님이 묻어둔 보물을 찾는 기분으로 다녔어요. 지금도 아주 익숙하지는 않아요. 생각해보면 아버님도 처음에 저랑 같은 마음이었을 것 같아요. 1대 사장이셨던 할머니가 물건을 도매상한테 떼 오면 가게를 관리하셨고 아버님도 일을 저처럼 배우지 않으셨을까요?
대를 이어 물려받으면서 가장 조심스러웠던 게 있나요?
혹시라도 '아들이 가게 하니까 예전보다 물건이 별로야' 이런 말을 들을까 봐 긴장이 돼요.
효자청과마트의 장사 철칙이 있나요?
엄마: 우리는 저울과 됫박 (나무상자)을 속이지 말자. 그걸 철칙으로 삼고 살았어요.
아들 : 제가 초등학교 때 봤었는데 할머니(1대)는 새벽 4시면 항상 물건을 하러 가셨어요. 하루도 거르지 않으셨죠.
엄마 : 아들도 새벽에 도매시장에 새벽 4시 반이면 가요. 제가 한 번도 깨운 적이 없어요. 믿을만해요.
[사진] 시어머니가 사용하셨던 됫박
효자청과마트의 처음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엄마 : 남편이 80년 5월 15일일에 외국에 엔지니어 기술자로 해외에 가게 되었어요. 결혼하자마자였죠. 저는 임신 중이었고요. 남편은 없고 홀시어머니랑 이 앞에 좌판에서 작게 장사하는데...... (눈물)
그때 당시 장사하실 때 떠오르는 기억이 있나요?
아침에 밥해서 나오느라 새벽같이 일어났어요. 시어머니랑 둘이 장사를 했죠... 장사가 그래도 참 잘되었어요. 성북동, 청와대에서도 과일을 사러 왔으니까요. 그때 가게 주인이 우리 가게 뒷자리에서 장사를 했거든요. 그런데 장사가 잘되면 임대료 올릴까 봐 걱정.. 장사가 안 되면 안돼서 또 걱정이었죠. 사연이 많아요.
억척스러웠던 1대 할머니, 믿음직하고 대쪽 같던 2대 아버지
성실 근면한 3대 아들의 과일가게
NOW
1대 사장님께서 정말 억척스러우셨던 거 같아요.
엄마 : 네, 혼자서 자식들을 키우시느라고 안 해보신 일이 없다고 해요. 정말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시어머니가 서촌에서 방 1개, 부엌 1개 있는 집 한 채 뿐이었거든요. 어려웠지만 시어머니가 저에게 터를 마련해주셨다는 거. 유산을 남겨주신 것 없었지만 터를 남겨주고 장사를 가르쳐 주신 거죠. 낚시해서 고기를 잡는 법을 배웠죠...
과일 배달 대행은 안 하세요? 배달해주는 회사가 많아졌잖아요.
아들 : 솔직히 과일 배달은 남한테 못 맡기겠어요. 과일 배달은 제가 해야 할 것 같아요. 과일을 의뢰하는 분들이 저희가 직접 전해주기를 바라는 분이 많아요. 놓고 오지 않거든요. 만약에 사람이 없다면 나중에 다시 가기도 해요. 신뢰가 있어요. 그분들이 단골이시다 보니 정기적으로 과일 선물을 하시거든요.
과일 장사가 정말 쉽지 않은 거 같아요.
아들 : 네, 어려운 거예요. SNS 홍보는 저도 조금 하긴 해요.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제 손님이 왔을 때 어떻게 대우하는 가에 따른 입소문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2대 사장님이셨던 남편과 장사하다가 아들하고 함께 일하게 되셨어요. 뭐가 달라요?
남편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는데 아들은 차를 가지고 다닌다는 거? 호호 아들이 남편을 많이 닮았어요. 아들이 제 개인적인 시간을 잘 배려해줘요. 아빠(2대 사장)가 그랬거든요. 술을 먹다 가도 제가 중요한 일이 있으면 미련하게 다 지켜줬어요. 아들이 그걸 그대로 닮더라고요. 운동 시간도 잘 배려해줘요.
믿을만한 아들이에요. 고객과의 약속도 어긴 적이 없어요.
아드님이 든든하시죠?
엄마 : 믿을만한 아들이에요. 고객과의 약속도 어긴 적이 없어요. 이제.. 결혼만 하면 돼요!
아들 :........................
[참고]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5길 18, 02-735-6395 통인시장 정문 입구에서 오른쪽에 위치 |
글 | 여행에디터 박소현 localholic.life@gmail.com
사진 | 사진작가 이다경 https://www.instagram.com/inthegreennn
※ 인터뷰 내용과 사진은 모두 로컬홀릭에 저작권이 있습니다.
청와대 앞 3대 째 이어온 서촌 과일가게
‘저울과 되박을 속이지 말자.’를 신념으로 이어오는 마을 과일 가게 이야기
통인시장, 효자청과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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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물으면 대부분 온라인 쇼핑몰과 대기업 마트와 창고형 할인마트 그리고 전통시장이 차례로 답이 나온다. 이제는 전통시장에서도, 마을 안 과일가게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해있다. 과일은 어디서 어떻게 사야 하는 걸까? 과일을 많이 먹는 게 좋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과일은 적게 먹더라도 품질 좋은 과일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품질 좋은 과일은 고마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좋은 선물이기도 하다. 여기 서촌에는 내 가족처럼 꼼꼼하게 과일을 골라주는 동네 과일가게가 있다.
3대의 과일가게
INTERVIEW
엄마: 우리나라 재래종 캠벨 포도요.
아들: 저는 신 과일 좋아해요. 귤이요.
아들 : 미련도 후회도 없어요. 제가 결정한 거니까요. 단지 친구들을 좋아하는데 자주 만나지 못한다는 거? 그거 말고는 없어요.
돌아가신 아버님의 과일 거래처가 많았는데 제가 직접 다시 찾아야 했어요.
아버님이 묻어둔 보물을 찾는 기분으로 다녔어요.
아들 : 전날 잠을 못 잤어요. 물건을 받아보기만 해 봤지 직접 과일을 골라 떼온 적이 없었으니까요. 사람들과 협상하는 게 쑥스럽기도 했어요. 오늘은 어떻게 어떤 물건을 떼올까.. 걱정이 많았죠. 익숙해지기까지 몇 년이 걸리더라고요. 돌아가신 아버님의 과일 거래처가 많았는데 제가 직접 다시 찾아야 했어요. 아버님이 묻어둔 보물을 찾는 기분으로 다녔어요. 지금도 아주 익숙하지는 않아요. 생각해보면 아버님도 처음에 저랑 같은 마음이었을 것 같아요. 1대 사장이셨던 할머니가 물건을 도매상한테 떼 오면 가게를 관리하셨고 아버님도 일을 저처럼 배우지 않으셨을까요?
혹시라도 '아들이 가게 하니까 예전보다 물건이 별로야' 이런 말을 들을까 봐 긴장이 돼요.
엄마: 우리는 저울과 됫박 (나무상자)을 속이지 말자. 그걸 철칙으로 삼고 살았어요.
아들 : 제가 초등학교 때 봤었는데 할머니(1대)는 새벽 4시면 항상 물건을 하러 가셨어요. 하루도 거르지 않으셨죠.
엄마 : 아들도 새벽에 도매시장에 새벽 4시 반이면 가요. 제가 한 번도 깨운 적이 없어요. 믿을만해요.
[사진] 시어머니가 사용하셨던 됫박
엄마 : 남편이 80년 5월 15일일에 외국에 엔지니어 기술자로 해외에 가게 되었어요. 결혼하자마자였죠. 저는 임신 중이었고요. 남편은 없고 홀시어머니랑 이 앞에 좌판에서 작게 장사하는데...... (눈물)
아침에 밥해서 나오느라 새벽같이 일어났어요. 시어머니랑 둘이 장사를 했죠... 장사가 그래도 참 잘되었어요. 성북동, 청와대에서도 과일을 사러 왔으니까요. 그때 가게 주인이 우리 가게 뒷자리에서 장사를 했거든요. 그런데 장사가 잘되면 임대료 올릴까 봐 걱정.. 장사가 안 되면 안돼서 또 걱정이었죠. 사연이 많아요.
억척스러웠던 1대 할머니, 믿음직하고 대쪽 같던 2대 아버지
성실 근면한 3대 아들의 과일가게
NOW
엄마 : 네, 혼자서 자식들을 키우시느라고 안 해보신 일이 없다고 해요. 정말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시어머니가 서촌에서 방 1개, 부엌 1개 있는 집 한 채 뿐이었거든요. 어려웠지만 시어머니가 저에게 터를 마련해주셨다는 거. 유산을 남겨주신 것 없었지만 터를 남겨주고 장사를 가르쳐 주신 거죠. 낚시해서 고기를 잡는 법을 배웠죠...
아들 : 솔직히 과일 배달은 남한테 못 맡기겠어요. 과일 배달은 제가 해야 할 것 같아요. 과일을 의뢰하는 분들이 저희가 직접 전해주기를 바라는 분이 많아요. 놓고 오지 않거든요. 만약에 사람이 없다면 나중에 다시 가기도 해요. 신뢰가 있어요. 그분들이 단골이시다 보니 정기적으로 과일 선물을 하시거든요.
아들 : 네, 어려운 거예요. SNS 홍보는 저도 조금 하긴 해요.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제 손님이 왔을 때 어떻게 대우하는 가에 따른 입소문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남편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는데 아들은 차를 가지고 다닌다는 거? 호호 아들이 남편을 많이 닮았어요. 아들이 제 개인적인 시간을 잘 배려해줘요. 아빠(2대 사장)가 그랬거든요. 술을 먹다 가도 제가 중요한 일이 있으면 미련하게 다 지켜줬어요. 아들이 그걸 그대로 닮더라고요. 운동 시간도 잘 배려해줘요.
믿을만한 아들이에요. 고객과의 약속도 어긴 적이 없어요.
엄마 : 믿을만한 아들이에요. 고객과의 약속도 어긴 적이 없어요. 이제.. 결혼만 하면 돼요!
아들 :........................
글 | 여행에디터 박소현 localholic.life@gmail.com
사진 | 사진작가 이다경 https://www.instagram.com/inthegreennn
※ 인터뷰 내용과 사진은 모두 로컬홀릭에 저작권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