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잠깐이 8년이 된 이유, 귀촌 후 찾은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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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시골로 

하이힐에서 몸빼 바지로 

시골 마을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 

인제군 하추리 영농조합법인, 강성애 사무장 

하추리(HACHU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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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좋은 것은 다 산에 있었다.

도시로 돌아갈 이유를 찾지 못한지 벌써 8년 째

그녀의 만만치 않은 시골 살이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인제군 하추리 마을에서 살며 일하고 있는 귀촌 8년차 강성애입니다. 도시에서 자라 일하다가 살다가 지금은 산골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그 전에 도시 사람으로 콘텐츠 기획과 출판, 스토리텔링 관련 일을 했어요. 저는 이야기를 짓고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그럼 지금 하추리 마을에서는 어떤 일을 하세요? 


마을 공동체에서 사업 전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하고 있어요. 조금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마을의 수입을 담당하는 법인의 사업기획과 운영 총괄 그리고 마을 행사나 주민들의 소소한 요청사항도 해결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와 마을 직원들은 아주 다양한 많은 마을 일들을 함께 하고 있지요.


(사진 : 카페 하추리 인스타그램)


귀촌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그것이 도시 생활에서의 불편함이나 귀농에 대한 이상적인 삶이었나요?


하추리에 오게된 계기가 귀촌을 하겠다는 대단한 결심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에요.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막연하게 시골 살이에 대한 동경이 있는 정도였죠. 귀촌 전에 전국을 많이 돌아다니는 일을 했는데, 도시가 아닌 시골에서만 느낄 수 있는 편안함이 좋았고, 언젠가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정도였어요. 그러다 일로 하추리 마을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일자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어요. 그렇게 ‘잠깐 살아볼까’ 라는 생각으로 시골 생활을 시작하게 됐어요. 또한 마을 일을 하면 거주할 공간을 제공해주신다는 얘기를 듣고, 6개월만 일하며 쉬어보자. 그리고 다시 도시로 돌아갈 생각이었어요. 그렇게 6개월을 살아보았는데 다시 돌아갈 이유가 없더라고요.  그렇게 하추리 마을에 자연스럽게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한번 잠깐 살아볼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한 시골생활, 도시로 돌아갈 이유가 없었다

마음이 시키는 일을 시작했다.


 

처음 정착을 하면서 겪게 된 에피소드가 있나요? 귀농 초기에 주변 사람들 (가족, 친구)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주변 사람들이 6개월이나 1년 정도 살다 도시로 다시 돌아올 거라고 했어요.  남편과 저, 둘 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소득없이 1년 정도는 그냥 놀아보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실제로 남편과 처음에는 여행하는 기분이었어요. 그해 겨울에 눈이 정말 많이 왔는데 눈 치우는 것도 그저 낭만적이었고, 계절에 따라 변하는 산과 들을 보는 것도 신기했고요. 무엇보다 마을 일을 하는 것이 즐거웠어요. 급여는 최저시급에도 못 미쳤지만 작은 일에도 칭찬하고 격려해주시는 주민들 덕분에 자존감이 하늘을 뚫을 지경이었고, 자꾸 더 일하고 싶어졌죠. 특히 계절마다 주민들이 가져다주시는 음식들, 그게 정말 좋았어요. ‘사무장 이런 거 먹어봤어?’라고 하시며 가져다주시는 나물, 자연산 버섯, 나무 열매, 민물고기 등등 진짜 좋은 것들은 산속에 다 있더라고요.

그렇게 처음 1년은 정말 정신없이 지나갔고 그 뒤 남편도 일을 찾게 되어 소소하게 소득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저도 제가 가진 능력으로 마을 일을 더 발전시키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흔히 얘기하는 마음이 시키는 일, 그게 생기기 시작한 것 같아요. 그러다 3년이 지날 무렵 지내던 오래된 학교 관사가 허물어지면서 정착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됐어요. 도시로 다시 가게 될 것을 감안해서 임시 거주지를 찾아야 할까, 아니면 정착을 할 내 집을 찾아야 할까. 몇 번을 생각해도 다시 도시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마침 좋은 기회가 있어 작은 땅을 마련하고 집을 지어 살게 되었습니다. 

 


카페 하추리의 시작과 현재, 사진 속에 여인은 강성애 사무국장

(사진 : 하추리마을 인스타그램)


농부들의 성실함이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기를


지금 마을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요.


하추리의 마을 사업은 크게 잡곡 사업과 체험 사업이 있습니다. 잡곡사업은 주민들이 농사 지은 잡곡을 수매하여 도정/선별하여 포장하고 판매/유통하는 일입니다. 최근에는 잡곡을 이용한 가공도 시작했습니다. 잡곡 농사가 부가가치가 높지 않고 소비량이 급감하고 있어 어려움이 있지만, 다양한 방법을 통해 농사 짓는 성실함이 제대로 보상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체험사업은 농어촌체험휴양마을 사업으로 체험/숙박/음식을 제공하고, 마을카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많은 체험마을이 단체로 방문 예약을 해야만 이용할 수 있고, 상시 방문해서 즐기기엔 한계가 있어 마을 카페를 운영하기 시작했어요. 마을을 상징하는 나무들로 인테리어를 꾸미고, 직접 주민들이 농사지은 재료를 활용하여 메뉴를 구성해 진짜 하추리를 상징하는 카페를 만들었어요.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어 지금은 지역의 명소로 자리잡았습니다.

마을의 시그니처와 같은 프로그램으로 ‘혼자하는 산촌여행’이라는 시리즈의 여행상품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 계절을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시기에,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계절의 풍성함을 담은 음식은 여행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혼자서는 좀처럼 즐길 수 없는 시골여행을 제대로 안내하는 대표 프로그램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전에 하던 일이 콘텐츠를 기획하고 접목하는 분야였기 때문에 마을 운영에 있어서도 그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마을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어떻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그걸 통해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나눌 수 있을까를 고민하죠.


<사진. 혼자하는 산촌마을 프로그램 참가자들>



귀농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기를, 100% 만족스러운 삶은 어차피 없는 것



귀농한지 벌써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요. 귀농 이후의 삶에서 가장 크게 변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도시에서 생활할 때는 스스로 항상 날을 바짝 세우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풍족하지 않은 환경에서 부족한 능력으로 세상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이를 악물고 싸워야한다는 강박이 있었달까요. 그렇지만 시골에서 살아보니, 자연이 주는 넉넉함에 마음도 절로 여유로워지는 것 같아요. 한편, 더 부지런해지지 않으면 쓸모가 없어지는 것도 시골이라 배우는 것이든 노동이든 더 적극적이고 열심히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귀농 선배로서 해줄 수 있는 실질적인 조언은 무엇인가요?


귀농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어 전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라 할 수도 있는데, 진짜 어려운 일이잖아요. 그렇지만 ‘가볍게 한번 경험해보자’ 라는 생각하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일단 해봐야 이 생활이 나에게 맞는 것인지, 가능성이 있는지 찾을 수 있잖아요.

그리고 도시든 시골이든 100% 만족스러운 삶은 어차피 없는 것이라는 점도 꼭 염두에 두길 바라요. 도시 생활이 장단점이 있는 것처럼 시골도 마찬가지인데, 내가 어떤 것이 나를 조금 더 행복하게 할 수 있는가를 따져봐야 하는 것 같아요. 시골의 부정적인 면을 너무 크게 봐서도 안 되지만, 시골 생활을 너무 낭만적으로 상상하는 것도 금물이에요.

또 하나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 터 놓을 수 있는 벗이나 멘토를 만들라는 것이에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이 매우 외로울 때도 있는데, 힘들 때 터놓고 이야기하면서 감정도 해소하고 도움도 얻을 수 있는 이가 한 명 쯤은 있다면 큰 도움이 됩니다.


 


귀농 후 가장 큰 행복은 무엇인가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고 가치 있게 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자연 속에서 나의 존재가 어떤 의미이고, 어떻게 다른 존재들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지 막연하게나마 찾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도시에서 계속 직장생활을 했다면 여전히 저는 헤매면서 가치 없는 것들에 헛발질하며 힘만 쏟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리고 저는 매우 매우 건강해졌습니다. 큰 행복이지요.



나의 사랑하는 마을을 지속 가능한 마을로 만들고 싶은 바람

 


앞으로 마을의 목표, 사무장님의 개인적인 목표가 궁금합니다.


하추리를 진정한 의미의 지속가능한 마을로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이 마을이 앞으로도 소멸을 걱정하지 않고 살만한 마을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바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득사업의 시스템이 안정되어야 하고, 마을 공동체의 재정립도 필요할 거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목표는 산골의 생활과 마을 공동체 사업에 보다 전문적인 이론을 접해보고 싶어서 올해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일단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이후 더 많은 활동을 할 계획입니다.



마지막 로컬홀릭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한마디!


마을 주민들이 농사지은 잡곡과 벌꿀을 이용해 수제 그래놀라를 만들고 있습니다. 한번 드셔보시면 다르다는 것을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수입산 곡물이 주재료가 되는 일반적인 시리얼과 달리 주민들이 키운 국산 잡곡을 사용하여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무엇보다 우리 땅에서 자란 곡물로 영양이 풍부합니다. 영양 성분을 분석해보면 무기질과 비타민 함유량이 높고 일반 그래놀라에는 들어가 있지 않는 서리태와 약콩이 있지요. 또한 마을에서 직접 채취한 벌꿀로 단맛을 내어 건강한 그래놀라를 만들었습니다. 

 







 글 | 여행에디터 박소현 localholic.lif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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