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CAL STORY


지역의 숨겨진 공간과 지역 사람들의 이야기

사람 |올 가을에는 한국차(茶)를 마셔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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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취향을 찾는 여행
차(茶)애호가의 하동 차 여행기

차(茶)가 생각이 나는 계절, 가을

하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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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란 무섭도록 정확하다. 입추가 지나고 모기 입도 삐뚤어진다는 처서가 지나니 바람에 시원함이 실려 있고 어느 순간 바라본 하늘은 높아져 있다.

더운 여름날이 끝나가는 요즘, 잠시 뜸해졌던 벗, 차(茶)가 생각이 나기 시작한다. 하루 중 2-3번씩 홍차, 백차, 청차, 보이차 중 그날의 분위기에 맞는 잎차를 선택하고 물에 우리는 사소한 반복. 이 사소함이 바쁜 하루에 소소한 기쁨을 주곤 했는데 유난히 덥고 습했던 올 여름 동안에는 차를 멀리 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여름 내내 지난 5월 하동 여행 중에 사 온 햇녹차를 연하게 우려 차갑게 냉침해 마셨다. 그러면 신선하고 맑고 부드러운 하동 특유의 녹차 맛이 느껴지며 5월의 초록빛 녹차 밭이 눈앞에 펼쳐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와인에도 떼루아(Terroir)가 중요하듯이 차나무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기후가 중요하다.
안개, 바람, 아침·저녁의 기온차 등 변화는 차나무에 스트레스를 주고 이것이 차 고유의 맛과 향에 풍미를 더 해준다


코로나 19는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일을 하며 네팔, 에티오피아 등 세계 60여개 이상의 도시를 누비며 일하고 여행을 즐겼던 나는 현장에 갈 수 없게 되었으며 그 답답함의 간극을 이기지 못하고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많아진 나는 해외여행 대신 한국 지방 소도시를 여행 다녔고 차를 배우기 시작했다.

경상남도 하동, 나의 국내 여행 리스트에서는 하동에서 가까운 구례나 남해는 있었지만 한 번도 고려해 보지 않았던 지역이었다. 그저 쌍계사 십리 벚꽃길이나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으로 유명하다 들었지만 벚꽃 시즌에 그 많은 인파를 뚫고 갈 엄두도 못 내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하지만 차를 진지하게 배우게 되면서 차가 자라는 곳이 제주와 보성 뿐만 아니라 하동도 있으며 하동 차의 역사가 1,200여 년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와인에도 떼루아(Terroir)가 중요하듯이 차나무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기후가 중요한데 안개, 바람, 아침·저녁의 기온차 등 변화는 차나무에 스트레스를 주고 이것이 차 고유의 맛과 향에 풍미를 더 해준다고 한다.


차와의 다연(茶緣)
P L A C E


하동 차밭 인근에는 축사가 하나도 없다고 한다.

청정 차를 재배하기 위한 농가들끼리의 약속이며 하동 차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다.

하동 역시 남쪽의 따뜻하고 습한 바람이 섬진강을 타고 올라 와 지리산 기슭을 만나 비·안개가 자주 끼고 아침·저녁 온도 차가 큰 지역이다. 이런 최적의 재배 환경 덕분인지 하동은 우리나라 최초로 차나무를 키우기 시작한 차 시배지이다. 신라 흥덕왕(828년) 때 당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김대렴이 차 씨를 가지고 왔고 이를 하동 인근의 지리산과 골짜기에 심게 했다고 한다. 이때 뿌려진 지리산 자락의 차 씨는 대규모 야생차 군락을 이뤘고 현재는 2,200여개의 소규모 농가들이 집안 대대로 내려온 수작업 방식으로 유기농 차밭을 일구고 있다. 각 다원에서 생산하는 차에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제다법이 있다. 그래서인지 하동 차의 맛은 비슷하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다. 또한 하동 차밭 인근에는 축사가 하나도 없다고 한다. 이는 청정 차를 재배하기 위한 농가들끼리의 약속이며 하동 차를 지키기 위한 노력일 것이다. 



 
초엽 따서 상전주고, 중엽 따서 부모 주고, 말엽 따서 남편 주고 늙은 잎은 차약 지어 봉지 봉지 담아두고 우리 아이 배 아플 때 차약 먹여 병 고치고 무럭무럭 자라 경상 감사되어주오.


하동에서는 녹차도 맛봐야 하지만 꼭 마셔봐야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한국의 홍차로 불리는 ‘잭살차’ 이다. 새로 나오는 여린 찻잎의 모양이 참새의 혀와 같이 생겼다하여 작설 (雀舌)이라 불리는 이 차는 한국 전통 반(半)발효차로 하동 사람들은 잭살 혹은 잭설이라고 부르며 배가 아플 때나 감기 걸렸을 때 대나무 잎과 같이 팔팔 끓여 약처럼 마셨다고 한다. 하동에서는 아래와 같은 민요가 전해져 내려온다.“초엽 따서 상전주고, 중엽 따서 부모 주고, 말엽 따서 남편 주고 늙은 잎은 차약 지어 봉지 봉지 담아두고 우리 아이 배 아플 때 차약 먹여 병 고치고 무럭무럭 자라 경상 감사되어주오.”이는 역사를 거듭해서 차를 재배해 온 하동 사람들의 삶에 있어 차는 삶이자 일상다반사였던 것을 보여주는 증거일 것이다.



혹독하고 힘들었던 번아웃의 시기를 지나 지금은 천천히 일어날 수 있는 것이 차의 치유 효과 덕분이 아니었을까

5월의 하동은 차 수확으로 한창 바빴다. 매서웠던 겨울을 이겨 낸 연두빛 어린 찻잎에는 카테킨 성분이 높아 항암, 항노화에 효과적이다. 차에는 커피처럼 집중하게 도와주는 카페인도 있지만 심신을 안정시켜주는 테아닌 성분이 있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차를 마시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편안해진다. 문득, 겨울처럼 혹독하고 힘들었던 번아웃의 시기를 지나 지금은 천천히 일어날 수 있는 것이 차의 치유 효과 덕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매일의 반복이 취향으로

그날의 날씨, 나의 기분에 맞게 잎차를 고르고 즐기게 된 지금, 오직 현미 녹차 티백이 한국 차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지난날을 생각하면 웃음만 나온다. 같은 차나무에서 홍차와 녹차가 만들어진다는 사실도 몰랐던 사람이 차를 배우고 차밭까지 따로 시간을 내서 갈 정도가 되었다니, 지난 1년 간의 시간은 나를 이렇게 바꿔 놓았구나 싶다. 매일 차를 마시며 오늘 맛있었던 차는 다음날 맛이 없을 수 있고 내 취향에 맞는 차는 다른 사람 입맛에는 안 맞을 수 있다는 사소한 진리를 하루하루 알아가는 요즘이다. 나만의 기준을 가지고 나만의 차 취향을 찾아가는 이 사소한 반복을 아마도 난 계속하게 될 것 같다.

 


오늘 맛있었던 차는 다음날 맛이 없을 수 있고 내 취향에 맞는 차는 
다른 사람 입맛에는 안 맞을 수 있다는 사소한 진리






 글, 사진 | 유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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